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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뮤지컬

영화관 개봉 뮤지컬 <2021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 공연 실황 관람 후기

<스웨그 에이지 :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은 2019년 초연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입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조'가 국가 이념이라는 허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조를 금지하는 권력자들과 이에 저항하는 비밀시조단(골빈당)의 활약을 다룬 내용이에요.

 

이번 영화는 2020년 재연 당시의 공연 실황으로 단과 진 역할의 양희준, 김수하 배우님이 출연하며 2021년 5월 13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했습니다. 저에게는 이번이 첫 관람인 작품으로, 공연장 가는 길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왔어요. 요즘 뮤지컬 공연 실황의 영화관 개봉 소식이 종종 들리던데 평소 뮤지컬 공연에 관심은 있었지만 거리나 금전적인 제약으로 자주 즐길 수 없었던 분들에게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네요! 

 

우선 저는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스웨그에이지는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의 학사 창작 뮤지컬로 시작하여 초연, 앵콜, 재연까지 이끌어낸 대단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그만한 이유를 알고 오게 됐습니다. 일단 넘버들이 너무 좋고 에너지가 넘쳐요. '시조'라는 가상의 이념을 매개로 권력자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전한 것도 너무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 '시조'가 자칫 극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지 않도록 완급 조절을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해서 이 기가 막히는 소재 선정에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조를 현대의 랩처럼 재해석하기도 하고, 국악의 장단을 현대적으로 편곡한 음악에 한국무용부터 힙합 댄스까지 모두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뮤지컬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을 모티브로 한 '전국시조자랑', 국민MC '엄씨', 스웩 '수애구',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일리있어', 블랙핑크 '흑분홍' 등 깨알 같은 설정들로 연출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았어요. 전반적으로 정말 통통 튀고 트렌디한 연출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배우분들이 노래, 춤,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단 역할의 양희준 배우님은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무대를 끌고 가는 흡입력이 장난 아니시더라고요. 진 역할의 김수하 배우님은 뮤지컬 렌트, 포미니츠로 실력이 엄청나다는 소문은 들어봤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처음 봤거든요. 제가 괜히 명성을 들어본 게 아니었어요. 너무 멋지셨습니다. 배우님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요. 올해 하반기 한국 초연작 '하데스 타운'에 에우리디케 역으로 캐스팅되셨던데 꼭 김수하 배우님 캐스팅으로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두 분뿐만 아니라 다른 조연 및 앙상블 배우님들도 모두 참 인상 깊었어요. 새삼 우리나라 뮤지컬의 저력을 느끼며 앞으로 얼마나 무궁한 발전을 해낼지 행복한 기대감을 품고 영화관을 나서게 됐습니다.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관람해 본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특히 스웨그에이지는 촬영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서 더 관람하기 편했습니다. 아예 한 회차를 무관중으로 촬영 후, 관객들과의 호흡을 담아내기 위해 관객이 있는 상태로 추가 촬영을 진행한 후 적절히 편집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장면 별로 최적의 시야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관 개봉의 가장 큰 장점은 공연장에서는 보기 힘든 배우님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인데요. 이것만으로도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갈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다만 단점을 꼽아보자면, 배우님들의 목소리보다 반주가 좀 큰 느낌이었어요. 이건 영화관 음향의 문제인지 영화 자체의 문제인지 확실히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인터미션 없이 2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을 내리 앉아있는 건 힘들더라고요^^;; 일반적인 영화의 러닝타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아무래도 뮤지컬은 좀 더 극적인 감정 표현이 많은 매체이다 보니 감정이 고조되는 씬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보는 제가 덩달아 힘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장점에 비하면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수준이니까, 평소 뮤지컬 관람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동안 꼭 한 번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저의 <2021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후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